전주 완산구 동서학동, 서서학동, 중화산동1가.
이 지역의 골목 가게들은 유행보다는 생활에 닿아 있는 장사를 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얼굴의 손님이 찾아오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이 천천히 머물다 갑니다.
그래서 이 동네에서 장사를 오래 하려면
요란한 변화보다 조용한 정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사장님의 손을 덜어주는 흐름을 만드는 것,
즉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것입니다.
중화산동1가의 분식집 사장님은 혼자 운영하는 날이 많습니다.
주문이 몰릴 때는 주방과 카운터를 뛰어다니고,
계산 실수도 종종 생기며, 대기 손님이 조용히 나가는 일도 생깁니다.
처음엔 이 모든 걸 ‘혼자 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하루가 끝나고 나면 늘 남는 건 체력 고갈과 작은 후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키오스크 하나를 설치한 이후,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손님은 스스로 주문하고, 직원은 조리에 집중할 수 있었고,
가게 안이 조용하고 단정해졌습니다.
줄이 사라지자 손님은 더 오래 머물렀고, 메뉴를 더 천천히 살폈습니다.
사장님은 말했습니다.
“기계가 사람을 없앤 게 아니라,
내가 사람답게 장사할 수 있게 해줬어요.”
서서학동의 카페는 포스기를 바꿨습니다.
이전엔 감으로 장사했고, 매출 정리는 밤마다 계산기로 일일이 더했으며,
메뉴 손익 계산도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바뀐 포스기는 시간대별 매출, 인기 메뉴, 객단가를 보여주었고,
사장님은 그걸 보고 ‘준비를 줄이고, 반응을 늘리는’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장사의 방향이 체감이 아닌 데이터로 정해지기 시작한 거죠.
동서학동의 고깃집은 무선단말기를 사용하면서
자리에서 결제하는 손님이 늘었습니다.
계산 줄이 없고, 동선이 짧아졌고, 회전율이 올랐습니다.
손님은 편했고, 직원은 여유가 생겼고,
사장님은 하루가 조금 덜 피곤해졌습니다.
그리고 카드단말기.
이건 더 이상 ‘결제가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삼성페이, 애플페이, 네이버페이 같은 간편결제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이 가게가 지금 소비 흐름에 발맞추고 있느냐의 척도입니다.
한 번 결제에서 막히면, 손님은 그 순간으로 가게 전체를 기억합니다.
불편은 음식보다 오래 기억에 남고,
‘불편하지 않다’는 인상은 재방문의 핵심 조건이 됩니다.
동서학동, 서서학동, 중화산동1가.
이곳에서 장사를 오래 해오셨다면,
이제는 체력과 반복 대신 정리된 흐름이 필요할 시점입니다.
시스템은 장사의 겉모습을 바꾸지 않습니다.
대신 사장님의 하루를 정돈해줍니다.
하루 중 반복되는 일들,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부터 기계에 맡기면
손님은 더 편해지고, 사장님은 덜 지쳐집니다.
그게 이 골목에서 오래 살아남는 가게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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