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경원동3가, 풍남동1가, 풍남동2가.
이 글은 하나의 가상 대화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어느 가게에서 실제로 오갈 법한 이야기입니다.
—
“사장님, 여기 메뉴판 어디 있어요?”
“아, 저쪽 벽에 걸려 있어요. 잠시만요, 제가 설명드릴게요.”
“아, 그럼 포장 하나랑요, 카드 되죠?”
“네, 근데 페이는 안 되고요, 그냥 카드만…”
“아… 그럼 다음에 올게요.”
(손님이 문을 열고 나간다. 아무 소리 없이.)
—
이 짧은 상황 안엔 지금도 수많은 가게에서 일어나는 **‘눈에 안 보이는 이탈’**이 담겨 있습니다.
손님은 컴플레인도 남기지 않고, 소란도 피우지 않습니다.
다만 다시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한 불편, 아주 짧은 망설임, 아주 사소한 멈춤 때문입니다.
경원동3가의 어느 분식집은 점심마다 늘 같은 패턴을 반복했습니다.
사장님은 주문, 계산, 포장, 응대까지 혼자 했고
줄은 점점 길어졌고
그 줄 끝에서는 항상 누군가 조용히 돌아섰습니다.
이 가게가 키오스크를 설치한 후 바뀐 건 매출이 아니라 공기였습니다.
혼잡함이 줄고, 메뉴 설명이 줄고, 손님은 더 천천히 고르고, 직원은 더 정확하게 일했습니다.
풍남동1가에서 운영되는 작은 카페는 포스기만 바꿨을 뿐인데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사장님은 “이젠 내가 기억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만큼 손님에게 집중하게 돼요.”라고 말했습니다.
감에 의존하던 운영에서 숫자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장사로 바뀌었습니다.
풍남동2가의 음식점은 무선단말기 도입 이후
테이블 계산 속도가 짧아졌고
직원이 동선을 줄일 수 있었으며
손님은 자리에서 바로 결제하며 “편하다”는 말을 자주 남깁니다.
리뷰는 더 좋아졌고, 회전율도 눈에 띄게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카드단말기.
요즘은 결제 방식이 곧 가게의 감각을 보여줍니다.
“그건 안 됩니다”라는 한 마디는
‘이 가게, 아직 준비가 안 됐네’라는 인상을 줍니다.
그 순간, 메뉴와 서비스의 평가도 묻히고 맙니다.
—
이 세 동네는 조용하지만, 손님의 속도는 빠릅니다.
도심의 사이클은 이미 바뀌었고,
손님은 더 많이 묻지 않고, 더 빠르게 판단하고, 더 정확히 떠납니다.
가게를 키우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떠나는 손님을 붙잡는 방식’은 점점 더 시스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주문, 결제, 마감, 회전.
그 모든 흐름이 원활해야, 음식과 서비스가 빛을 봅니다.
지금 내 가게에 필요한 건 홍보가 아니라 정리입니다.
사장님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기계에 맡기고,
그 덕분에 사장님은 진짜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
그게 지금, 이 도심 한복판에서 장사를 오래 끌고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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