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하면서 가장 자존심 상했던 순간이 있다. 손님이 음식은 만족스럽다고 했지만, 계산하면서 “결제 시스템 너무 불편하네요”라고 말하고 나가던 뒷모습. 익산 평화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한 지 6년, 그날 이후 나는 결심했다. 지금 내가 불편하게 하는 건 음식이 아니라 ‘결제 방식’이라는 걸 인정하고, 바꿔보자고.
그 첫걸음이 포스기였다. 처음엔 무조건 비쌀 줄 알았고, 복잡할까 봐 겁도 났다. 그런데 상담을 받아보니, 오히려 지금 쓰는 수기 방식보다 빠르고, 계산 정리도 자동으로 돼서 퇴근 시간도 빨라졌다. 평화동은 학생 손님이 많아서 메뉴 변경이 잦은데, 포스기에서는 클릭 몇 번이면 구성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내가 왜 진작 안 했을까’ 싶었다.
갈산동은 내가 형과 같이 운영하는 치킨집이 있는 동네다. 야외 좌석이 많고, 배달도 병행하기 때문에 주문과 결제가 엉킬 때가 많았다. 형은 늘 “결제받는 게 제일 스트레스”라고 했다. 그래서 무선단말기를 도입했다. 지금은 테이블에서 바로 결제하고, 동시에 다음 테이블 주문도 처리 가능하다. 배달 기사에게도 단말기를 들고 나가면 복잡한 계산 없이 한 번에 끝난다. 직원들 동선도 줄어들고, 손님과 마찰도 사라졌다. 예전엔 '잠깐만요'를 열 번 말했는데, 이젠 거의 쓸 일이 없다.
주현동엔 친한 동생이 카페를 차렸다. 혼자 운영하는데 요즘 주말마다 미어터진다고 하소연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조언했다. “키오스크 한 대 놔. 진짜 달라진다.” 처음엔 망설이더니 결국 설치했고, 일주일 만에 전화가 왔다. “형, 키오스크가 날 살렸어.” 줄서서 주문받던 걸 기계가 대신하니, 동생은 음료 만들고 정리만 해도 버거웠던 시간에 숨통이 트였단다. 젊은 손님들이 많은 주현동 특성상, 오히려 셀프 주문을 편하게 여겨 만족도도 높았다.
이 세 동네에서 겪은 변화는 단순히 기계 하나 들여놓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결제 흐름이 바뀌고, 그게 장사 리듬을 바꾸고, 결국 하루의 피로도를 확 줄여줬다. 예전엔 ‘장사는 원래 힘든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덜 힘들게 장사할 수도 있구나’를 체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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