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완산구 서노송동, 중앙동, 풍남동. 전주의 역사와 일상이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중심 구역이자, 전통과 현대, 주민과 관광객, 단골과 유동손님이 하루에도 수십 번 교차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장사를 한다는 건, “한 가지 방식으로는 절대 모든 손님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매일 체감하는 일입니다.
서노송동의 한 전통 찻집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단골 손님들 얼굴 다 외워요. 근데 요즘은 잠깐 들렀다 가는 외지 손님들이 더 많아졌어요. 주문 방식도, 결제 방식도 예전이랑 다 달라요.” 그래서 키오스크를 도입했습니다. 처음엔 걱정이 컸죠. “우리 가게 분위기에 어울릴까?”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단골은 여전히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눴고, 처음 온 손님은 조용히 편하게 주문하고 머물다 갔습니다. 기계가 손님을 대신한 게 아니라, 손님의 방식에 ‘선택지를 준 것’이었습니다.
중앙동의 작은 디저트 가게는 포스기를 바꾸며 운영이 달라졌습니다. 주말과 평일, 아침과 저녁 시간대의 손님 흐름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 메뉴 구성과 진열 순서를 조정했습니다. 그 결과, 재료 소모는 줄고 매출은 오히려 안정됐습니다. **“장사는 감이 아니라 흐름이다”**라는 말이 체감된 순간이었습니다.
풍남동의 음식점은 무선단말기 하나로 테이블 회전율이 바뀌었습니다. 자리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게 되니 손님은 머뭇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가고, 다음 손님은 기다리지 않고 들어왔습니다. 사장님은 말합니다. “작은 기계 하나가 하루에 20분을 벌어줬어요.”
그리고 카드단말기. 지금은 단말기 기능이 손님의 판단을 좌우합니다. 애플페이,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제로페이… 이 모든 결제가 되는지 묻기 전에 자연스럽게 되는 가게가, ‘준비된 가게’로 기억됩니다.
서노송동, 중앙동, 풍남동. 이 지역의 장사는 빠르지 않지만, 손님의 기준은 이미 달라졌습니다. 오래됐다는 건 변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흐름만큼은 지금에 맞게 정돈하라는 뜻입니다.
키오스크, 포스기, 무선단말기, 카드단말기. 이건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사장님의 하루를 덜 지치게 만들고, 손님의 기억을 부드럽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지금 장사가 잘되든 안 되든, 덜 피곤하게, 더 오래 가게 만드는 구조는 만들어야 합니다. 그 변화는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단 한 번,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덜어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 오래된 골목에도 충분히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