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를 걷다 보면 도시가 가진 각기 다른 리듬을 느낄 수 있다.
덕진동의 리듬은 일정하다. 행정기관, 대학교, 병원, 그리고 단정한 상가들.
출근과 점심, 퇴근이라는 흐름이 고정되어 있어 가게들은 그 시간 안에 운영을 맞춘다.
문제는, 이 흐름이 잠깐의 멈춤에도 민감하다는 데 있다.
식사를 마친 손님이 계산대 앞에 줄을 서 있는 순간.
주방 안에서 직원이 잠시 멈추고 나온다.
카드는 어디에 꽂는 건지, 리더기는 왜 인식을 못 하는 건지.
작은 정체가 생기고, 가게 전체의 리듬이 한 박자 느려진다.
이 도시의 빠른 템포 안에서는 그 지연이 고스란히 인상으로 남는다.
팔복동의 리듬은 다르다.
이곳은 공장과 창고, 물류지대 사이에 끼인 상권이다.
점심은 빠르고, 저녁은 무겁다.
주문은 빠르고, 계산은 거칠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확함이 아니라 끊김이 없다는 것이다.
단골은 계산을 기다리는 걸 싫어하고,
처음 온 손님은 결제 방식이 불편하면 다시 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동네에서는 결제 시스템이 ‘친절’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포스기와 무선단말기가 매장의 품격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이유다.
우아1동은 주거 밀집지역이다.
가족 단위 손님이 많고, 아이와 함께 온 부모는 기다림에 민감하다.
한 손엔 아이 손을 잡고, 한 손엔 핸드폰을 들고 있는 이들에게
“잠시만요, 카드 단말기 어디 갔더라…”는 말은 피로함이 된다.
반면, 키오스크나 무선결제로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지는 가게에서는
‘빠르다’는 인상보다는 ‘편하다’는 경험이 남는다.
그리고 그 ‘편함’이 다음 방문으로 이어진다.
덕진동, 팔복동, 우아1동.
각자의 리듬이 있고, 각자의 손님이 있다.
가게는 그 흐름에 맞춰야 한다.
맛과 서비스는 기본이다.
결제는 마지막 인상이다.
이 인상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것이
지금 이 도시 골목의 상인들에게 필요한 단 하나의 변화다.
그 변화는 거창하지 않다.
흐름을 잇는 포스기 하나.
줄을 없애는 무선단말기 하나.
익숙함을 넘어서려는 작은 결심 하나.
그것이 골목의 리듬을 유지하고, 다시 손님을 불러오는 단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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