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의 끝에서] – 성산면에서 장사하는 나의 이야기
나는 전북 군산 성산면에서 국숫집을 운영한다.
정확히 13년째다.
장사라는 게 늘 그렇듯,
처음엔 발품 팔고, 단골 붙잡고, 실수하면서 조금씩 배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루가 너무 짧았다.
주문은 몰려들고, 주문지와 실제 음식이 다를 때마다 사과를 해야 했다.
하루에 몇 번씩 들리는 “이거 제가 주문한 거 아닌데요”라는 말은
작게 쌓여 마음을 눌렀다.
가게가 바쁜 건 고마운 일이지만,
늘 시간에 쫓기고, 밤마다 정산하고,
계산 실수라도 나면 자책하는 나날.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그 무렵,
나포면 분식집 사장님이 무심히 한마디 하셨다.
“형님, 포스기 하나 바꾸고 나니까
하루가 달라져요.”
솔직히 처음엔 웃었다.
‘기계 하나가 뭘 바꾼다고.’
하지만 그 말이 며칠을 따라다녔다.
그래서 결심했다.
포스기부터 바꿨다.
처음엔 낯설었다.
그러나 익숙해지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문이 자동으로 주방에 전달되고,
하루 매출이 시간대별로 정리됐다.
무엇보다 마감 시간이 1시간은 줄었다.
이후엔 무선 카드단말기도 바꿨다.
손님이 자리에서 바로 결제하고,
나는 계산대에서 허둥대지 않아도 됐다.
그저 “결제 도와드릴게요” 한마디면 충분했다.
최근엔 옥도면 카페 운영하는 후배가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주문 실수가 줄고, 손님 리뷰가 늘었다고 했다.
나는 아직 키오스크까진 못 했지만,
그 후배의 표정은 예전보다 훨씬 편해 보였다.
장사는 여전히 힘들다.
하지만 지금은 적어도
주문에 쫓기지 않고,
계산에 쩔쩔매지 않고,
내가 주도해서 하루를 운영한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도 성산면, 나포면, 옥도면에서
나처럼 매일을 버티는 사장님들이 계실 것이다.
그분들께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 “기계가 장사를 대신해주진 않아요.
하지만 장사를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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